Hiroshima

여행을 가면 빈티지 샵을 꼭 미리 찾아서 등록합니다. 혹은 여행을 가기 전에 빈티지 샵이 많은 곳을 찾아서 여행지를 정하기도 합니다. 낯선 것을 경험하고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티지 샵만한 게 없거든요. 물건들이 모두 고유하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죠.


일본은 이런 빈티지 샵 기행을 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굳이 도쿄나 오사카에 가지 않아도 지방 소도시마다 십수 개의 빈티지 샵 혹은 세컨핸드 샵이 있습니다. JAM이나 2nd Street, Kindal은 어딜 가나 있고요. 그 외에도 개성 있는 작은 샵들이 많아요. 샵들을 살펴보다보면 일본이 켜켜이 쌓아온 소비문화사에 압도될 때도 있습니다.

calme에서, 2024

최근에는 히로시마에 다녀왔습니다. 이곳도 짧은 빈티지 기행 장소로 좋은 곳입니다. 도심이 작아서 하루만에 빈티지 샵과 편집 샵을 골고루 살펴볼 수 있어요.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곳은 Calme입니다. 들어가자 마자 독보적인 감도를 느낄 수 있지요. 고풍스러우면서도 고루하지 않고, 유럽의 것을 주로 취급합니다. 잘 어울리는 프렌치 워크 자켓을 하나 찾고 계셨다면 Calme가 좋겠네요.

도심지를 벗어나서, 원폭돔을 지나 미야지마로 향하는 전철을 타면 WAGZ에 들를 수 있습니다. Calme가 유럽 중심의 취향을 유려하게 드러낸다면 이곳은 순도 높은 미국 빈티지 샵입니다. 가게 한켠에 유쾌한 오너 가토상이 있어요. 빈티지 리바이스나 싱글 스티치 티셔츠, 각종 빈티지 키링에 오브제 등 다루는 제품들이 폭넓습니다.

WAGZ, 2024

저는 이곳을 짧은 여행 기간 중 두 번 들렀어요. 두 번째 방문 때 가토 씨가 저를 붙잡고는 2층의 공간을 보여줬습니다. 친구들을 주로 초대하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건 흉내 낼 수 없겠다, 이런 건 시간만이 쌓아 올릴 수 있는 밀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샵들도 이처럼 하나하나가 고유합니다. 빈티지 샵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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